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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학과 백현옥교수 남도일보 독자권익위원 칼럼조회수 450
박지호2021.09.1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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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명절 만들기

 

추석 명절에 코로나19로 방문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고 미리 엄마에게 다녀왔다. 사진 속에서 가만히 웃고 있는 엄마를 보면서 엄마가 참 많이 그리웠다. 뜨거웠던 2018년 여름, 아프기 시작한 엄마는 꼬박 3달을 앓고 가셨다. 추석이 지난 지 꼭 일주일만이었다. 세 달을 간호하면서도 손도 못써보고 떠나실까봐 두려웠다가, 그래도 한번의 여행이라도 다녀오지 않았냐고 혼자 위로했다가, 왜 나만 신경쓰는 것 같은지 형제들에게 화살이 돌아갔다가 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을 그 시간에 한 번 더 손 잡아드릴 걸, 한 번 더 시간내서 가볼걸, 이제는 후회만 남아 있다. 그래도 늘 할머니를 한 번 더 챙기는 딸아이에게 고마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외할머니와 외할머니 딸들의 시간을 기획해줬던 딸, 세달을 꼬박 할머니를 챙겼던 그런 딸에게 엄마가 든든한 우리 사위를, 그리고 좋은 시댁을 선물해 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반년 전부터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전화가 생겼다. 정작 전화를 받게 되면 편하게 통화를 하는데도 받기 전에는 늘 한 번 호흡을 가다듬게 된다. ‘사돈이라는 존재가 아직은 어색해서 그런가 보다. 이번 주말에도 잠시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한 번 호흡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자 기다렸다는 듯 딸에 대한 칭찬이 쏟아졌다. 내가 알던 아이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딸의 예쁜 점을 쏙쏙 골라 칭찬해주시는 사돈의 안목에 대한 감사함과 칭찬하는 와중에도 예쁜 말로 또한번 안아주시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어쩜 그렇게 생각이 깊은지, 어떻게 그런 이벤트를 생각했는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 챙기는 게 너무 예쁘다는 사돈의 말에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다. 늘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를 구상하는 딸이 또 한 건 했구나 싶었다. 언제나 내 생일, 자기 생일, 명절, 어버이날을 가리지 않고 어쩜 그렇게 색색이 다른 이벤트를 준비하는지 내 딸이지만 신기하다고 자랑도 했다.

 

이런 전화가 왔더라고 딸에게 이야기하자 또 시댁 자랑이 한가득 쏟아진다. 어제 저녁에 아버님이~, 또 어머님이~, 아가씨가~ 하는 자랑이 싫지 않게 느껴진다. 시댁에서는 딸아이를 마냥 예쁘게 봐주시고, 딸은 배울 점 많고 늘 예쁘다 해주시는 시댁에 늘 감사하다고 서로에 대한 좋은 말을 나에게 전해주는 것들이 한편의 위로가 되어 다가오는 것을 보니 내가 걱정이 있었구나 하고 돌아보게 되었다.

 

참 좋은 시댁, 든든한 남편을 만났구나 싶다가도 막상 결혼해서 따로 살고 있는 딸을 놓기가 쉽지 않았구나. 그러고 보니 딸이 결혼한 지 꼭 반년, 그리고 처음 맞이하는 명절이었구나 하고 다시 알아차리게 된다. 늘 함께 보내던 명절도 이제 조금은 멀어졌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여러 생각 끝에 나를 위한 명절이 무얼까 고민해보게 되었다. 전처럼 명절 내내 먹고 상차림할 음식을 하느라 힘든 명절을 보낼 필요도 없지만, 딸과 함께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여행을 다닐 수도 없게 되었다. 딸은 명절 한참 전부터 시댁과 친정을 챙기겠다며 필요한게 없는지 물어본다. “엄마는 현금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해보았지만 정작 함께 다녔던 여행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꽉 채워 함께 했던 명절을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으로 탈바꿈 시켜 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딸과 사위가 오기 전 대청소를 하는 날 나를 위한 온전한 쉼을 가지는 날 함께할 사람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가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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