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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학과 김용민교수 광주매일신문 칼럼 기고조회수 140
강고은2024.04.1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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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큰대', 마을의 자기 경험을 기록하다 / 김용민


세상에서 가장 큰 대학을 줄여 ‘세큰대’라고 한다. 최근 한 자치구에서 마을만들기에 참여한 주민들이 직접 자기 경험을 논문 형태로 집필하는 도전적인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2개월 교육과정에는 마을만들기에 필요한 강좌를 수강하기도 하지만 직접 주제를 정하고 일정한 형식에 맞춰 보고서나 논문을 쓰는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더욱 더 가치 있는 일은 자기 경험을 스스로 기록해 본다는 일이다. 한 관계자에 의하면 이 과정을 수료하게 된 마을 전문가들은 마을 현장에서 컨설팅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지속해서 마을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전문가로서 양성된다고 했다.

기존의 방식은 행정이나 전문가가 마을만들기 기록을 담당해 왔다. 마을 주민들은 참여에 머물러 있어 기록에 있어서는 수동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실제 경험을 생동감 있게 담아 내지 못하고 행정가나 전문가의 시각에서 포장돼 쓰였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마을 주민들이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 대 주민으로서 직접 도움을 주고 행정은 순수하게 지원에만 그치게 됨으로써 마을이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해 가게 된다는 의미에서 이번 교육과정은 그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기록의 가치는 우리 과거를 기억하고 과거의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가 경험한 것들을 일정한 형태로 영구적으로 보존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또한 기록은 지식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의 발견, 경험, 지식이 기록되면 그것을 다음 세대가 활용해 새로운 지식을 발전시킬 수 있다. 그리고 기록은 역사적 사건과 사람들의 행동을 문서화하고 증거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거 사건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배움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기록을 수집, 보존, 정리하고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을 아카이빙이라고 한다.

그동안 마을만들기는 다양한 형태로 기록되면서 발전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엔가는 발전이 정체됐다는 느낌이 든다. 마을 속에서 많은 주민들이 노력하고 깨어있는 행동을 하고 있지만 성숙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토머스 쿤은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이전 패러다임을 대체하면서 이 변화는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고 비선형적인 과정으로 일어난다고 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혁명적으로 진행된다는 의미이다. 마을만들기 사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감하게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행정은 직접 지원에서 간접 지원으로, 마을의 주민들을 믿고 신뢰해야 한다. 주민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마을 주민들이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마을을 변화시킬 수 있는 마을 전문가를 양성해 마을 현장에서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발전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70세 가까운 한 마을 활동가는 마을에서 관리비도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렵거나, 아이들 육아 때문에 직장생활을 할 수 없는 세대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취업 단절 여성·장애인·어르신을 대상으로 부업 일자리를 만들고, 여성 친화 마을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또한 부업센터, 반찬가게, 북카페 등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해 소중한 사례로 기록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은 도서관 프로그램은 여가 프로그램 중심이 아니고, 일자리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마을 속에서 다양한 주민들을 만나고 어려운 분들을 돕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말씀 속에서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기록하고 체계적으로 아카이빙 하는 것이 마을만들기 사업을 한층 혁신적으로 진화해 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마을 주인은 주민이며, 주민이 주인인 마을공동체 형성을 위해 마을 경험이 아카이빙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관련기사: ‘세큰대’, 마을의 자기 경험을 기록하다 / 김용민 - 광주매일신문 (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