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뉴스홍보관

철도운수경영학과 이영일 교수 광주매일신문 기고조회수 4221
박지호2015.03.11 14:38
첨부파일1
이영일교수기고150306.png (1.1 MB) 다운로드 306

삼월, 그 찬란한 봄의 시작

 

송원대학교 철도운수경영학과 이영일 교수

 

삼월은 나른한 햇볕 아래 선잠 깬 나무들이 기지개를 켜며 겨울 내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풀고 따뜻한 공기와 맑은 햇살을 가슴 아름 품을 수 있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얕은 산자락 아래 노란 산수유와 들녘의 유채꽃 향기가 늘어진 마음을 흔들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이랑마다 초록 눈과 갯가에 버들개지 살이 오르고 봄볕 성화에 견딜 수 없어 어디고 나서야 한다. 삼월은 은근히 다림질

한 햇살이 연둣빛 새순 보듬어주고 연한 살내 풍기는 부드러움이 있으며 그리움이 가슴속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달이기도 하다. 삼월은 아프면서 온다.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1919년 3월 1일은 고종의 장례일을 이틀 앞두고 일어난 우리민족의 대표적인 민족운동이 일어난 날이기도 하다. 지금도 일본인들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인은 근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일본 문화를 무시한다고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

고 한국과 일본은 이웃이 밉고 지긋지긋하다고 훌쩍 이사를 갈 수도 없는 상황처럼 놓여있다. 원인 제공이야 늘 일본이 하지만 두 나라의 꼬인 관계는 우리에게도 하등 이로울 게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왕도 국가도 사라졌다고 했지만 한용운은 사라짐을 믿지 않았다. ‘알 수 없어요’ 시처럼 이 믿음은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될 만큼 강렬한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님은 갔지만 님을 보내지 아니하고, 남은 가슴은 밤을 밝히는 등불이 되었다. 그렇게 처절하고도 암담했던 때에도 애국지사들은 그들의 가슴을 태워 믿음의 불씨를 유지했었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쥐어지지도 않는 그 ‘님’을 끝까지 기다리며 그렇게 가슴을 태워 불을 지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것에 목숨을 걸지만, 그들이 보이지 않는 신념과 믿음에 목숨을 걸 수 있다는 것은 생명에의 본능과 쾌락에의 추구를 넘어선 영혼의 홀림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타고 남은 재가 기름이 되고, 그 기름은 물리적 실체가 아닌 강렬한 신념이 만들어 낸 영혼의 재인 것이다. 그래서 그 믿음으로 목숨까지 버릴 수 있었다. 또한 김소월의 ‘진달래꽃’도 단순히 사랑하던 연인과의 이별을 개인적인 감정으로 노래한 시라기 보다, 우리 민족이 일제 치하의 고난과 시련의 상황에 놓일 때 주권을 찾아 헤매던 동경과 이상의 대상으로 ‘님’을 노래한 시이다.

이처럼 삼월의 봄은 아프면서 온다. 어린 사람들의 설렘으로 몸을 뜨겁게하여 세상에 저토록 무수한 얇은 꽃 피워 고운 옷 입게 하고, 순간의 마음이 저도 모르게 가당찮은 영원을 꿈꾸면서 찾아온다. 몇 날은 뼈가 아프고, 몇 날은 살이 아프면서 온다. 아프면서도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워하면서 온다. 여차하면 땅에서 발 떨어질 준비를 충실하게 갖추며 최소한의 영원을 씨알 하나에 간직한 채, 늘어진 버들가지가 바람에 천천히 흔들리는 사이로 새파란 보리밭의 초록 물결이 끝도 없이 펼쳐지고 어느 순간에 강물은 은빛으로 빛나며 들판을 적시고 시원한 강바람이 이마에 싱그러워 진다. 삼월에는 확실히 세상이 변한다. 하늘도 땅도 변하고 길을 지나는 사람들도 변한다. 태양도 변하고 산과 들도 변하고 모든 별들의 반짝임도 변한다. 이처럼 세상이 변할 필요가 있을 때 신은 우리들에게 기적을 내려 보내는가 보다. 삼월은 한 해 따스함과 밝음의 출발이며 대학 캠퍼스 새내기들의 가슴 발자국 소리로 가득하다. 그들을 향한 우리의 사랑도 시작이고 출발이다. 이 빛나는 삼월, 기적은 새내기 당

신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임을 미소 머금은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하고 싶다. 아아! 만세 소리는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그날의 아우내 장터에서 외쳐 오는 것 같다. ‘당신은 삼월의 기적이자 우리 모두의 축복이다.’라고. 우리 모두 새 봄기운으로 희망찬 뜻을 세우고, 보다 더 활기찬 마음으로 신나게 출발하여 ‘삼월, 그 찬란한 기적’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