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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학과 김용민 교수 무등일보 오피니언 기고조회수 118
김지환2026.08.0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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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라운지]자치분권, 주민자치 그리고 마을자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백서는 4년간 진행해야 할 핵심 내용을 담아낸 청사진이다. 많은 고민이 묻어 있는 결과물이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상당한 시간을 갖고 준비한 기획서이다. 이 중 시민주권과 관련된 분야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그동안 익숙하게 쓰이던 주민자치와 자치분권 대신 마을자치에 대한 개념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즉 거시적 행정구역 개혁이나 중앙정부 권한 이양을 뜻하는 ‘자치분권’ 대신, 읍·면·동 단위의 ‘마을자치’, ‘마을 공론장’, ‘혁신 읍·면·동’이 시민주권 정책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초광역 행정통합 시대에 가장 작은 공간인 ‘마을’이 자치 행정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민선 9기 4년 동안 단체장이 집행할 ‘시민 체감형 과제’ 도출에 집중한 백서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러한 배치는 이해할 수 있다. 초광역 통합으로 광역 행정 조직이 거대해질수록 시민과 행정 사이의 거리는 멀어진다. 마을 단위 자치는 행정 소외를 막고 통합에 따른 변화를 피부로 느끼게 만드는 안전판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마을이라는 현장이 주는 직관성만으로 자치를 완성할 수는 없다. 자치분권과 주민자치라는 기틀 없이 마을자치에만 매몰될 경우, 권한과 예산이 없는 상태에서 선심성 마을 사업이나 단순 민원수렴 수준의 소규모 생활자치에 그칠 위험이 있다. 나아가 행정의 일선 집행기구로 전락될 수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시민주권특별시’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자치분권, 주민자치, 마을자치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순차적 단계론으로 시정 운영을 추진해야 한다. 선행되어야 할 1단계는 자치분권의 확보다. 자치분권은 국가와 지방정부, 광역정부와 기초지자체 간 권한과 자원을 배분하는 뼈대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법적 재량권과 재정권을 지방으로 가져와야 한다. 광역특별시로 집중된 1,185개 사무를 27개 기초 시·구·군으로 이양하는 작업이 최우선 과제다. 마을에서 공론장을 열어 발전 계획을 수립하더라도, 이를 실행할 예산이나 인허가권이 기초 지자체에 없다면 주민 참여의 실효성은 공염불로 끝날 수 있다.

자치분권이라는 그릇을 만드는 작업 없이는 자치는 사상누각이다. 그릇을 확보한 뒤 진행할 2단계는 권력을 시민이 행사하도록 설계하는 주민자치의 실현이다. 자치분권으로 권한이 이양되었더라도 지자체 관료나 지역 정치인이 이를 독점한다면 ‘지방 자치’가 아닌 ‘지방 관료주의’일 뿐이다. 주민자치는 주민참여예산제, 주민투표, 주민조례발안 등 시민이 정책과 예산을 결정하는 주체로 서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과정이다. 광주시의 주민자치회 전환율이 100%인 반면 전남도는 36% 수준에 머무는 현실은 도시와 농어촌 간 자치 인프라 격차를 보여준다. 제도적·재정적 보완 없이 마을 현장의 참여만 독려하면 소외된 농어촌 마을의 자치 불평등이 심화된다. 광역 차원에서 균형 잡힌 주민자치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일은 마을자치로 나아가는 다리다.

자치분권으로 권한과 예산을 확보하고 주민자치로 결정권을 보장할 때 도달하는 3단계가 마을자치의 실천이다. 자치분권과 주민자치가 결합할 때, 마을자치는 자치가 작동하는 현장으로 완성된다. 보행 및 주거환경 개선, 안전한 골목길 조성, 마을 단위 돌봄망 구축까지 일상의 문제를 주민이 토론하고 해결하는 무대가 마을자치다. 마을자치는 독립된 목적지가 아니라 앞선 두 단계가 현장에서 작동함을 증명하는 결과물이다.

민선 9기 통합특별시의 초기 동력을 확보하고 4년 임기 내 체감할 변화를 만들기 위해 대전환기획위원회가 ‘혁신 읍·면·동’과 ‘마을 공론장’ 구축에 방점을 찍은 조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과의 접점을 넓히고 풀뿌리 참여를 유도하는 일은 통합 초기 동력을 모으는 수단이다. 그러나 미시적인 마을자치의 열기 뒤에 위치한 자치분권과 주민자치의 거시적 과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로부터 입법권과 자율 재정을 확보하는 방안, 기초지자체로 권한을 넘기고 광주와 전남의 자치 격차를 해소하는 전략이 빠진 마을자치는 한계에 직면한다. 자치분권으로 권한의 뿌리를 내리고, 주민자치로 제도의 줄기를 세운 뒤, 마을자치라는 열매를 맺는 ‘3단계 자치 생태계’를 완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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