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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학과 김용민 교수 무등일보 오피니언 기고조회수 252
김지환2026.06.1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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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끝났다. 후보들이 외친 수많은 약속과 유권자들이 던진 표 속에서, 우리는 과연 ‘진짜 이 지역의 주인’을 기억하고 있었는가. “지구는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빌려온 것이다”라는 인디언의 오래된 격언이 있다.

독일의 철학자 한스 요나스는 그의 명저 《책임 원칙》을 통해 현대 문명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정언명령을 천명했다. “너의 행위의 결과가 미래의 인간이 존속할 수 있는 가능성을 파괴하지 않도록 행위하라.” 그는 무분별한 폭주를 막기 위해 독특한 사유 방식인 ‘공포의 발견술(Heuristic of fear)’을 제안했다. 장밋빛 낙관론에 취해 미래를 설계하기보다, 우리가 내린 결정이 가져올 최악의 파국과 고통을 먼저 상상해 보고 행동의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는 지혜다. 그러나 4년이라는 한정된 임기를 부여받은 지방정치의 권력자들에게 요나스의 이 준엄한 경고는 너무나 자주 무력화된다.

다음 선거에서의 재선이나 눈앞의 치적을 남겨야 한다는 ‘임기 내 성과주의’의 유혹은 필연적으로 미래의 자원을 현재로 당겨 쓰는 ‘눈속임의 정치’를 낳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수놓은 화려한 공약들의 장막을 걷어내면, 결국 우리 아이들이 짊어져야 할 세 가지 거대한 ‘빚’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다음 세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생태적 빚’이다. 당장 눈앞의 경제 활성화라는 약속 뒤에는, 예측 불가능한 환경적 재앙 속에서 아이들을 지켜줄 최소한의 방어선마저 허물어뜨리는 대가가 감춰져 있다. 한 번 파괴된 자연이 회복되기까지는 몇 대에 걸친 시간이 필요하다. 겨우 4년의 임기를 지닌 이들이 우리 모두의 미래가 걸린 환경을 두고 도박을 벌여서는 안된다.

이어지는 것은 지방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경제적 빚’이다. 치밀한 검증 없이 추진되는 방만한 개발 공약이다. 이는 지방재정 자립도가 평균 40%대에 불과한 지방정부의 재정을 깊은 수렁에 빠뜨린다. 화려한 개관식의 기쁨은 잠시뿐이지만, 그 거대한 구조물을 유지하기 위해 청구될 막대한 청구서는 미래에 이 지역을 지켜나갈 청년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마지막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 서글픈 ‘삶의 질에 대한 빚’이다. 치적 쌓기용 대형 사업에 예산과 행정력이 쏠리는 사이, 정작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굣길, 촘촘한 돌봄 인프라, 지속 가능한 교육 환경처럼 삶을 지탱하는 본질적인 과제들은 ‘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외된다. 삶의 기본 조건이 무너진 지역에서 청년들은 떠나갈 수밖에 없다. 전국 지자체의 절반 이상이 이미 ‘지방 소멸위험지역’단계에 진입한 현실은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우리 떡밑까지 다가왔음을 알아야 한다.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진짜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수레바퀴는 이제부터다. 유권자는 투표 당일의 ‘심판자’라는 일시적 역할에서 벗어나, 선거 다음 날부터는 ‘미래 세대의 성실한 대리인’으로 스스로 재정의해야 한다.

앞으로 4년간 지역 정책의 이행 여부를 평가할 우리의 기준은 단호해야 한다. “이 정책이 실현되었을 때 10년 뒤, 20년 뒤 우리 아이들이 이 동네를 떠나지 않고 여전히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할 것인가”라는 공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자체의 주민 참여 예산제나 정책 모니터링단에 참여할 때도, 우리는 철저히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의 시민들’의 목소리의 대변가가 되어야 한다.

지방자치의 진정한 승리는 특정 후보나 정당의 당선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그 지역 공동체가 세대를 거듭하며 지속 가능한 삶의 터전으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에 따라 판가름 난다. 당선자들에게 주어진 4년의 임기는 미래 세대가 잠시 맡겨둔 고귀한 자산을 정직하게 관리하고 돌려주어야 하는 엄중한 ‘수탁(受託)’의 시간이다. 이제 우리는 차분해진 광장에 모여, 미래 세대에게 빌려온 오늘의 공약들이 온전한 유산으로 번역될 수 있도록 깨어 있는 시민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가 미래의 아이들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책임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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