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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노인·1인 가구 시대, 지역 돌봄의 다음 과제
최근 보건·복지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은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병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돌볼 사람이 부족해서다. 의료 기술은 고도화되고 제도는 세분화되었지만 정작 시민의 일상 가까이에서 돌봄을 이어갈 인력은 빠르게 줄고 있다. 간호 인력은 감소하고, 돌봄이 필요한 시민은 늘어난다. 특히 청년의 고립, 노인의 만성질환, 1인 가구의 갑작스러운 위기는 이제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적인 위험이 되었다. 문제는 이 돌봄을 누가,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명확한 답이 없다는 점이다.
청년은 가장 건강해 보이는 집단이지만 동시에 가장 쉽게 돌봄 체계 밖으로 밀려나는 집단이기도 하다. 취업과 학업, 불안정한 주거 환경 속에서 정신적·신체적 균열이 생겨도 이를 ‘질병’이나 ‘돌봄의 대상’으로 인식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린다.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이 늦어질수록 개입의 난이도는 높아진다. 반대로 노인은 의료 이용이 잦은 집단이다. 병원 진료와 입원은 반복되지만, 치료 이후의 일상은 종종 공백으로 남는다. 퇴원 후 혼자 남겨진 노인의 건강은 다시 빠르게 무너진다. 1인 가구는 이 두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 아파도 눈치챌 사람이 없고 도움을 요청할 관계망도 약하다. 위험은 분산되어 있지만, 발견은 늦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중앙정부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예방 중심 보건의료’, ‘정신건강 관리 강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해 왔다. 정책의 방향은 분명하다. 병원 중심의 사후 대응에서 벗어나, 살던 곳에서 돌봄이 이어지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정신건강 영역에서도 위기 이후의 치료보다 조기 발견과 예방, 지역사회 기반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광주시 역시 이러한 정책 기조에 발맞춰 통합돌봄 정책을 추진하고, 보건소·정신건강복지센터·방문건강관리 등 다양한 지역 보건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행정과 현장은 각자의 자리에서 분명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 서 있는 사람의 시선에서 보면 정책의 방향성과 돌봄의 지속 가능성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만 그 제도를 일상에서 꾸준히 작동시키는 인력 구조는 충분히 설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간극의 중심에 간호 인력 문제가 있다. 돌봄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특히 지역사회 돌봄에서 간호사는 단순한 의료 인력이 아니다. 간호사는 건강 상태를 관찰하고, 위험을 조정하며,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조정자 역할을 수행한다. 병원 밖에서 이루어지는 예방과 관리, 일상 속 변화의 감지는 대부분 간호사의 전문적 판단에 의존한다. 그러나 현재 구조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장기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업무는 늘고 책임은 커지지만, 지역에 남아 일할 수 있는 근무 조건과 경력 설계는 충분하지 않다.
청년의 정신건강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노인의 일상 변화를 놓치지 않으며 1인 가구의 작은 이상 신호를 조기에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단발성 사업이나 한시적 인력 배치로는 한계가 있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프로그램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사람이 남는 구조’다. 이는 간호 인력이 지역에 정착해 경험을 축적하고, 주민과의 관계를 이어가며 전문성을 확장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하는 문제다. 일정 기간 근무 후 떠나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 안에서 돌봄의 기억과 신뢰가 축적되는 구조 말이다.
광주는 이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비교적 유리한 조건을 갖춘 도시다. 보건소와 정신건강복지센터, 방문간호 체계, 지역 의료기관이라는 기반이 이미 존재한다. 여기에 간호 인력을 중심으로 한 역할 재설계와 안정적인 근무 구조가 더해진다면, 광주는 청년·노인·1인 가구 모두에게 ‘지속되는 돌봄’이 가능한 도시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돌봄의 지속성은 결국 제도의 지속성이 아니라, 사람의 지속성에서 나온다.
정책은 종종 숫자와 성과 지표로 평가되지만, 시민이 기억하는 돌봄은 훨씬 단순한 언어로 남는다. “아플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내 상황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 이 감각은 단기간의 개입이나 일회성 사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복되는 만남과 축적된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가장 꾸준히 만들어 온 직역이 바로 간호사다.
돌봄은 한 번의 개입으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삶 곁에 오래 머무를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이 돌봄을 누가 지속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광주가 사람을 선택하는 정책으로 답하길 기대한다. 그 선택이 쌓일 때 이 도시는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그리고 더 따뜻하게 시민의 삶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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