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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행정통합, ‘통합’보다 ‘작동의 규칙’이 먼저다
광주전남지방자치학회장·송원대 김용민교수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위한, 가칭 ‘전남광주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 발의가 확실시되면서 지역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담론은 ‘찬성인가 반대인가’ 혹은 ‘어떤 실익이 있는가’라는 단선적 질문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이익의 나열보다 ‘첫 단추’를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첫 단추는 ‘통합’ 그 자체가 아니다. 통합은 초광역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이며, 핵심은 ‘초광역 거버넌스’를 어떤 규칙으로 작동시킬 것인가에 있다.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균형성장과 지역 주도 분권이라는 국가 전략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지방분권과 자치권 확대를 명시하며 장기적으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까지 조정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초광역’이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재정, 권한, 책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제도 패키지’로 움직여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남광주특별시의 지향점은 단순히 덩치를 키운 ‘더 큰 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행정체제가 산업, 인재, 정주, 복지의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도록 만드는 ‘작동 기제’의 확립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특별법의 시선이 “무엇을 더 할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작동하게 할 것인가”로 이동해야 하는 이유다.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특별법 명칭의 명확화다. 법의 이름은 단순한 제목이 아니라 입법 목적과 정체성을 규정하는 상위 규범이다. 만약 명칭이 ‘통합’에만 매몰되면 법은 행정구역을 합치는 절차 위주로 설계되고, 성과 평가 역시 통합 완수 여부에 갇히게 된다.
반면 명칭이 ‘초광역 거버넌스 구축’과 ‘자치권 강화’를 핵심으로 포착하면 법은 권한과 재정의 합리적 배분이라는 작동 규칙 중심으로 설계된다. 이는 곧바로 공간 구상으로 이어진다. 어떤 공간을 어떤 기능으로 묶어 생활권과 산업권을 운영할지가 정해져야 비로소 초광역 체계가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
둘째로, 자치권 강화의 핵심인 행정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현재 특별법 초안의 “특별시 관할구역에 시·군·구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은 모호하다. 광주광역시의 ‘자치구’와 전라남도의 ‘시·군’은 법적 지위와 재정 조달 구조가 판이하다. 자치구는 조정교부금 중심인 반면, 시·군은 보통교부세를 직접 수령하며 재정 자율성이 더 높다.
이처럼 상이한 체계를 그대로 둔 채 통합을 선언하면 세목 귀속과 징수 체계에서 충돌이 발생하고, 이는 결국 주민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따라서 특별법에는 특별시 내의 시·군·구가 모두 동일한 지위를 가진 기초자치단체임을 명시하고, 자치구 또한 재정 관계 법령 적용 시 ‘시·군’으로 간주하여 재정 격차를 해소하는 특례를 반드시 삽입해야 한다.
셋째는 자치재정권의 실질화다. 특별시만 살고 기초는 마르는 구조를 막아야 한다.
현재의 국가 재정지원 장치는 특별시 본청의 안정적 재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주민 삶의 접점인 생활 서비스는 대부분 기초지자체가 제공한다. 특별법은 특별시의 재정 강화가 기초 재정 강화로 즉시 선순환되도록 배분의무와 기준을 강행규정으로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초광역 컨트롤타워’는 비대해지되 주민이 만나는 현장 행정은 오히려 부실해지는 역설이 발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견제와 균형이다. 초광역 단위에서 시장의 권한은 필연적으로 커진다. 권한 집중 자체가 악은 아니지만, 견제의 규칙이 빈약하면 독주가 시작된다. 대정부·대국회 법률안 의견 제출 시 의회의 3분의 2 동의를 요구하는 등의 장치는 시장의 초광역 협상권을 견제할 실질적 보루다.
또한, 이러한 견제가 특별시의회에만 머물지 않고 기초의회 및 주민 참여와 결합된 다층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감사기구의 독립성을 위해 감사위원장 임명 시 의회 동의를 거치고, 규제 특례를 다룰 전담 상임위를 신설하는 등 의회의 역량 또한 최대치로 확장해야 한다.
결국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단순히 지도를 합치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거대한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다. 특별법이 ‘합치는 법’이 아닌 ‘잘 작동하는 법’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지방시대와 균형성장의 모델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통합이라는 구호 뒤에 숨겨진 정교한 제도 설계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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