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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혁신의 새로운 길, 주민선택 읍·면·동장 임용제
주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행정 단위인 읍·면·동은 오랫동안 ‘관 중심 행정’의 말단 구조에 머물러 왔다. 지역의 여건과 주민의 삶은 크게 달라졌지만, 행정 운영은 여전히 지시와 보고 체계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지역별 특성, 주민 요구, 창의적 정책 실험이 반영되기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주권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주민선택 읍·면·동장 임용제는 단순한 인사 제도의 변화가 아니라, 생활권 단위에서 주민자치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획기적 전환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주민이 직접 지역의 리더를 선택하고, 그 리더가 정책을 실행하면서 주민 앞에 책임지는 구조를 제도화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읍·면·동장 임용제의 실현 가능성은 이미 광주 광산구의 경험에서 확인된 바 있다. 광산구는 2014년 전국 최초로 동장 주민추천제를 도입해 기존 인사 방식의 틀을 과감히 벗어났다. 추천제는 행정조직 내부 중심의 자동 배치를 지양하고, 지역 이해도와 주민 소통 역량을 갖춘 인재를 공개적으로 선발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당시 광산구는 주민 의견을 반영하고 후보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등 ‘마을행정’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읍·면·동장 임용제의 중요한 선행 사례로 평가된다.
그러나 주민선택 방식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를 단순한 ‘소규모 선거’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 제도의 성공을 위해 다음과 같은 보완 장치들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첫째, 정책 검증을 위한 공청회 제도화가 필요하다. 후보자는 단순한 포부가 아니라 향후 2-4년간 추진할 읍·면·동 발전계획을 제시해야 하며, 주민과 전문가 앞에서 정책의 타당성, 실행 가능성, 주민 수요 부합 여부에 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는 주민의 합리적 선택을 돕는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다.
둘째, 독립적이고 공정한 선거관리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구 선거관리위원회를 기본 틀로 하되, 민간위원장이 주도하는 별도의 공정관리기구를 설치해야 공정성이 확보된다. 절차의 공정성은 제도 신뢰의 핵심이며, 이를 확보하지 못하면 주민참여 자체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전체 주민 참여 투표는 하되 과열을 막는 장치가 필수적이다. 조직적 동원, 흑색 비방, 감정적 대립이 발생하면 임용제의 근본 목적이 흔들린다. 비교자료 제공, 사전 숙의 토론, 후보 간 정책 발표 등 ‘심사형 투표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
넷째, 응모 공무원의 자발성 확보와 명확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 읍·면·동장 임용제는 우선 완전개방형이기 보다는 내부 공무원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것이 현실적이다. 행정 경험, 지역 이해도, 주민 소통 능력 등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응모 요건을 마련해야 조직 내부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울러 승진 경로 변화 등으로 인해 조직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경력 관리 체계와 성과 인정 기준을 재설계하는 조직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
다섯째, 주민이 선택한 읍·면·동장에게 실질적 권한과 재정이 부여돼야 한다. 주민선택만 하고 권한이 제한된다면 제도는 형식화되고 정책 효과는 미미해질 것이다. 따라서 임용된 읍·면·동에는 자율특화마을사업비를 지원해 동장이 제시한 계획을 직접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돌봄, 골목경제, 생활SOC 개선 등 주민 체감도가 높은 사업을 중심으로 성과 기반 인센티브를 연계한다면 제도 효과는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여섯째, 성과평가 기반 책임행정 모델 도입이 필요하다. 동장이 제시한 로드맵, 주민 만족도, 정책 실행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권한과 예산을 조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는 단순한 주민참여를 넘어 책임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핵심 요소다.
결국 읍·면·동장 임용제는 주민이 직접 생활권 단위의 행정과 지역 발전을 이끌 리더를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함께 책임지는 주민자치 혁신 모델이다. 주민은 투표권을 넘어 정책 검증과 평가 과정에 참여하게 되고, 읍·면·동장은 주민 앞에 책임을 지는 구조로 재편된다. 이는 지방분권을 넘어 실질적 주민주권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다. 주민선택 읍·면·동장 임용제가 한국 주민자치 혁신의 새로운 기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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