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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의 자유가 주민자치를 바꾼다
주민자치란 지역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권한과 역량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자치는 단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조건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이동’은 주민자치의 가장 기초적인 조건이다. 마을회관에 갈 수 없고, 공청회에 참석할 수 없으며, 이웃의 삶을 체감할 수 없다면 주민자치는 형식에 그칠 뿐이다.
교통이 불편하면 회의에 나갈 수 없고, 일자리를 찾아 나서기도 어렵다. 아이의 교육이나 노인의 돌봄에 대한 정보 접근도 제한된다. 이웃 간 교류는 단절된다. 이동의 제약은 곧 참여의 제약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의 자유를 회복하는 일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주민자치를 가능하게 만드는 출발점이다.
필자는 광주시에 한 가지 실험적 정책을 제안한다. 차량이 없는 청년과 중장년 5천명을 대상으로 교통비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광주시의 20-64세 인구는 약 90만8천 명이며, 이 중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인구는 약 47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에게 버스와 지하철은 물론, 자전거·전동킥보드·택시 등 다양한 교통수단에 사용할 수 있도록 1년간 월 10만원(5만원) 상당의 교통선불카드를 제공하는 것이다. 전체 예산은 약 60억원(30억원) 규모다.
이 정책의 핵심은 단순히 이동 수단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접근성을 복원하는 데 있다. 주민들이 이동권을 확보하면 소상공인 이용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이동을 통해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동권은 단순한 교통정책이 아니라 경제와 참여, 돌봄과 연대가 연결된 생활 인프라다.
비슷한 사례로 인천시는 ‘인천 아이(i)바다패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인천 시민이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5도 등 인천 관내 섬을 대중교통 요금 수준인 편도 1천500원, 왕복 3천원에 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섬 관광객 증가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에 성공했다. 이 사례는 이동권 확보가 곧 지역 경제 회복과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정책이 특별한 이유는 주민 주도의 설계와 실행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참여 대상자인 청년과 중장년이 직접 교통수단의 범위, 사용 방식, 성과 분석 등을 논의해 결정하며, 이 과정을 통해 정책 수혜자에서 정책 설계자로 전환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자치의 실천이며, 주민자치의 감각을 몸으로 체득하는 과정이다.
정책 실행 이후에는 교통카드 사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참여자에 대한 심층 인터뷰와 사례 조사를 병행한다. 어떤 목적지에 주로 이동했는지, 지역 모임이나 공공활동 참여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커뮤니티 공간 이용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이동성과 자치 참여 간의 상관관계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향후 더 넓은 자치정책을 설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된다.
이동권이 보장된 주민은 단순히 병원이나 시장에 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민회의에 참여하고, 공공시설을 활용하며, 지역 프로그램의 기획자로도 나선다. 이 과정에서 주민 간 관계망이 형성되고, 이는 곧 자치역량의 실질적 기반이 된다. 물리적 이동의 자유가 곧 사회적 참여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주민자치는 참여에서 시작되고, 참여는 연결에서 출발하며, 그 연결의 조건은 바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유다. 이동할 수 있어야 참여가 가능하고, 참여가 있어야 자치가 작동한다. 이 모든 과정은 제도 이전에, 주민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실천하는 힘에서 비롯된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이동은 단순히 교통수단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과 공동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질적 기회를 보장하는 일이다. 이동이 단절된 사회는 고립된 사회이며, 고립된 공동체는 자치를 이룰 수 없다. 반대로, 누구나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지역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마을이 된다.
우리는 이제 주민자치에 대해 다시 질문해야 한다. ‘어떻게 주민의 참여를 높일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어디까지 이동할 수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이동권의 회복은 주민자치의 문턱을 낮추고, 모두를 지역 변화의 주체로 초대하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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