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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학과 김용민교수 광주매일신문 칼럼기고조회수 119
강고은2025.03.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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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5E(참가·교육·실천·경험·지지)


헬스장에서 처음부터 100kg 바벨을 들 수는 없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싶다면 기본적인 문법과 단어부터 익혀야 한다. 한 사람이 카페를 창업하려면 먼저 시장조사를 해야 한다.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다. 주민들이 마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주도하려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계를 거쳐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참가(enter)이다. 주민들이 지역 문제가 자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지역에 대한 관심이 우리 자녀와 미래 세대에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일상에 바쁘고, 마을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 주민설명회, 공청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기존의 마을 활동가들이 인스타그램,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활용해 마을의 다양한 모습을 공유하면 주민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참가하는 것은 주민자치의 시작이다.

두 번째는 교육(education)이다. 교육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주민자치 교육의 목적은 단순히 주민자치의 개념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교육을 통해 스스로 실천가 또는 활동가로서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공동체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자치 교육을 통해 실천과 활동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실제 주민자치 활동 사례를 공유하며 토론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 당사자가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교육은 주민자치 역량을 키운다.

세 번째는 실천(exercise)이다. 교육보다 더 어려운 것이 실천이다. 실천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용기’이다.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실천할 것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기에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천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이루어지는 다양한 활동이기에 용기를 내어야 한다. 실천에서 잊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작은 일부터 하나씩 실천하는 것. 둘째,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실천은 주민 주도의 활동을 의미한다.

네 번째는 경험(experience)이다. 주민자치는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발전한다. 주민들의 활동이 항상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실천의 결과로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아쉬움을 갖기도 한다. 주민들은 성공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실패 경험을 통해 배움을 얻는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개인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함께 활동한 모든 사람이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발전해 간다. 이를 통해 공동체가 형성된다. 즉, 공동의 관심사나 목표를 가진 주민들이 모여 협력하고 소통하며 관계를 맺는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형성된 공동체는 지속적인 참가, 교육, 실천, 경험을 통해 더욱 강화된다. 강화된 공동체는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더 큰 힘을 얻게 된다. 경험은 성공과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

다섯 번째는 지지(endorse)이다. 주민들이 자치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사회적·행정적 지지를 받아야 한다. 지역 내 다양한 조직과 협력해 주민자치 활동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와의 협력, 지역 기업의 후원, 공공기관의 지원 등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또한, 참여한 주민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우수 사례를 널리 홍보하여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지지는 주도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행정이 주도하면 안 된다. 지지는 지속 가능한 주민자치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우리나라의 주민자치는 삼국시대 향촌 사회에서 시작되어 조선시대 향약을 거쳐, 해방 이후 지방자치법의 제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렀다. 유럽의 주민자치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랜 시간 지속돼 온 주민자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자. 늦게 피는 꽃은 있어도 피지 않는 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