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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학과 김용민교수 광주매일신문 칼럼기고조회수 436
정순성2023.01.2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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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로 장생과 지혜를 뜻한다. 토끼는 귀여우면서도 영리하고 꾀가 많고 임기응변이 뛰어난 동물로 묘사된다. 새끼를 낳을 때 여러 마리를 낳기 때문에 생장이나 번창, 풍요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토끼와 관련된 사자성어인 수주대토(守株待 )는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이 사자성어는 낡은 관습에 묶여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유하거나 어떤 착각에 빠져 불가능한 일을 고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언론에 의하면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아닌 경제통합으로 통합논의가 바뀌어 가고 있다고 보도 되었다. 2020년 행정통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며 행정통합논의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하였고, 1년간의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시도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합의했다. 최근 연구용역결과를 바탕으로 각종 언론에서 행정통합보다는 광주·전남의 상생발전을 위해서는 경제통합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도하고 있다. 지난 2022년 4월19일 국내 최초 특별지방자치단체이자, 동북아 8대 메가시티로의 도약을 위한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이 출범했다. 그러나 2022년 12월15일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은 경남도의회에서 폐지 규약안이 의결됐다. 특별연합 ‘설치 규약안’을 통과시킨지 8개월 만이다. 최근 부울경 특별연합은 행정통합으로 선회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특별연합이든, 행정통합이든, 경제통합이든 잘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루터기에서 기다리는 토끼처럼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연합과 통합의 논리는 수도권에 대응하여 500만 인구 규모의 광역지자체, 세계적인 수준의 인프라 구축, 산업화를 통한 국가경제 견인 등의 논리를 내세운다.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반면 생각을 좀 더 달리하면 어떨까? 한 번에 몸집을 키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터, 그렇다면 조금씩 몸집을 키워내는 일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부산·울산·경남이든 광주·전남이든 한 번에 통합이나 연합을 하려고 하니 논리는 타당할지라도 그 안에 각자의 이권이 얽히고 설키고 하여 쉽지 않다. 특히 정치인이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라 정치적인 연합이나 통합은 성공을 거두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지방시대의 가장 아래에는 주민자치가 있다. 주민자치의 핵심은 주민이다. 아래서부터 지방시대에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활이다. 생활공동체이다. 광주는 인근에 있는 지자체와 얼마나 협력하고 상생하고 있을까? 광주와 화순, 광주와 나주, 광주와 담양, 광주와 장성은 서로 협력하고 있는가? 광주와 화순은 동복댐 관리권 이양을 가지고 19년 갈등을 겪고 있다. 나주에 혁신도시가 조성되면서 광주와 나주는 더욱 발전했는가? 광주는 생활폐기물 처리를 위한 소각장 건립에 인근 지자체와 충분한 논의를 하고 있는가?

광주 인근 지자체와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된다. 나주에 살든, 담양에 살든, 화순에 살든 광주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언제나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어쩌면 현재 광주지하철 2호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광주-화순 간 광역철도노선이며, 광주-나주 간 광역철도 노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생활공동체의 핵심은 교통이다. 광역철도는 왜 그리 더디게 진행되는 것인지.

중범위적으로 광주를 중심으로 인근 지자체와 생활공동체가 형성된다면 연합이나 통합 논의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 행정구역 내에서 시장, 군수, 구청장을 선출하는 구조에서는 구역이라는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지금의 행정구역을 유지하면서 화순, 담양, 장성, 나주 모두 특화된 도시로서 차별화된 성장을 하면서 교통망으로 생활권이 연결되어 각 지자체의 서비스를 모두 향유할 수 있다면 생활공동체 중심 진정한 주민자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계묘년, 꾀많은 토끼처럼 영특한 지혜를 모아 위기를 돌파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