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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학과 백현옥교수 광주매일신문 칼럼기고조회수 577
박지호2022.04.0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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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봄이 오나보다.

 

수업을 위해 학교 가는 길, 늘 생각 없이 지나가다가 분명 지난주에는 보지 못했던 푸름이 눈에 들어 왔다. 햇볕이 잘 드는 길가에 나무에 벌써 꽃이 피었다. 하얀 솜사탕 같은 나무를 보고 있으니 나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한 사람이 떠오른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필자는 늘 앞장서던 사람이었다. 학창시절에도, 사회에 나와서도 다른 사람보다 앞서 누군가를 끌어주는 역할을 많이 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나에게 손을 내밀어 오는 사람이 많았다. 그 손이 무슨 색인지 가늠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사람들이 좋았고, 함께하는 시간만큼 내 마음을 내어주면, 그 사람들의 마음도 나와 같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리 녹록하진 않은 일이었나 보다. 마음을 내어주고 받는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내가 10을 내어주면 돌아오는 것이 20, 30이었다. 그만큼 주변에 사람이 많았고, 어쩌면 내가 신경 쓰지 못하는 곳에서도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 2년제, 만학도가 넘치던 학교는 4년제로 바뀌면서 학생 정원이 반의반도 안 되게 줄어들었고, 늘 함께할 것 같았던 사람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갔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내 반경이 너무 넓어져서인지, 가끔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정말 귀신처럼 알고 찾아오는 사람. 나에게 꽃처럼 즐거움을 주면서, 만우절처럼 아직도 내 사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사람. A라는 그녀가 그런 사람이다.

 

같은 광주에 살면서 왜 이제야 만났을까? 하는 말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했었다. 같은 곡성출신으로 광주에서 활동하는 여성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말이다. 서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우연한 기회로 알기 전까지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무색할 만큼, 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많은 말이나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 이런 게 합이 맞는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냥 생각나서 했던 전화가 나에게 큰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되었다. 나의 즐거움을 마음깊이 진심으로 기뻐해줄 수 있는 사람이자, 좋은 것들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사실 그녀가 온다고 할 때마다 크리스마스 날 산타를 만나는 기분이 된다. 아주 작은 것 하나까지도 챙겨주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자꾸 보이기 때문이다.

 

처음 나에게 이것저것 챙겨주던 모습을 보고 사실 고민이 되었다. 내가 뭔가를 해줘야 하나? 나에게 뭔가 바라는 것이 있나? 하나를 주면 하나를 갚아야 된다는 부담감도 늘 있었다. 하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그게 마음의 표현인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좋은 것이 생기면 나누어 주고 싶듯이, 그녀도 좋은 것들을 나에게 나누어 주고 싶어 하는 같은 마음을 알게 되었고 비로소 그의 마음이 진심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연처럼 다가와 거짓말처럼 나를 챙겨주는 사람, 그러나 부담 없이 서로 나눌 수 있는 그런 사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참 고맙고 또 편안해진다.

 

곧 벚꽃이 날리는 시절을 지나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올 것이다. 그 계절이 지나가는 시간만큼 우리는 더 편하고, 따뜻한 인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 계절의 깊이만큼 우리 사이는 한그루의 나무처럼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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