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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예술학과 박장순교수 광주매일신문 칼럼기고조회수 510
박지호2022.09.2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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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도에 따른 미용산업 구조의 개편

 

유난히도 후덥지근하고 게릴라성 폭우가 빈번히 발생하던 지난 6, ‘최저임금제도가 세간의 핫 이슈(hot issue)로 떠오른 적이 있다. ‘최저임금제도란 노·사의 임금 결정과정에 국가가 직접적으로 개입해 노동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책정하며, 일정 수준 이상에 달하는 임금을 사용자에게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해 저임금에 처한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제도이다. 6·25동란 직후인 1953년 일찍이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제34조 및 제35조에서 최저임금제도의 실시 근거를 제시했지만, 전쟁으로 초토화된 당대의 경제수준이 최저임금제도를 수용하기에는 현실적 난관이 지나치게 컸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운용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중반 근로자들의 지나친 저임금 책정을 방지하고자 국가에서 행정지도를 했지만 크게 일소시키지는 못했다. 필자는 과거에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암울한 시대 상황 속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성토하고자 분신자살사건으로 투쟁한 전태일 열사의 삶을 그린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관람하면서 커다란 충격을 받은 바 있다. 노동자 투쟁이 역사와 근접할수록 죽음이라는 결단을 요구받았던 비참한 당대 시대상을 자기희생의 통과제의를 거친 아름다운 청년 노동자의 불꽃같은 짧은 삶과 죽음으로 잔잔하게 투영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그린 당시 근로자들의 저임금에 따른 제도적 해결과 노동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윤택하고 안정된 생활 보장을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제도의 적극적 도입은 불가피해졌다.

 

또한 충분히 이 제도를 수용할 수 있는 경제적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라 19861231최저임금법제정 및 공포가 이뤄졌고, 198710월 헌법 제32조 제1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811일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게 됐다.

 

그렇다고 1988년 이후 대한민국의 모든 사업장에서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것은 아니었다. 필자가 미용업에 입문하던 1996년 가을, 초보였던 필자의 첫 월급은 22만원에 불과했다. 당시 미용실 원장님께서는 미스터 박은 남자니까, 2만원 더 얹어주는 거야. 귀가 길에 부모님께 쇠고기 사다 드려라던 말씀이 지천명(知天命)인 지금까지 필자의 귓전에 맴도는 듯하다. 분명 초보 미용사에게 굉장히 힘들고 열악한 처우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당연 시 되던 관행이었다. 심지어 필자의 윗세대 미용인들은 월급은 고사하고 숙식만 제공받으면서 기술을 전수받았다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러한 그릇된 임금체계는 청년 근로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열정을 구실로 무임금이나 저임금으로 노동을 시키는 일명 열정 페이(熱情 pay)’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필자 역시 이십 여 년 전과 같이 지나친 열정 페이가 만행된 미용업계를 동조하지 않는다. “근로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최저임금법 제1조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바이다.

 

하지만 업계나 직종을 통합한 획일적 최저임금제도의 적용은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타 직종은 차치하고서라도 헤어, 피부, 네일, 메이크업 등의 미용업은 컴퓨터나 기계의 힘이 아닌 오로지 인간의 손끝으로 고객만족과 고객감동을 도출하는 서비스 산업이다. 역량을 겸비한 미용 기술자(헤어디자이너, 에스테티션, 네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반영에 이르기까지 수년에 걸친 스탭(보조)생활은 반드시 거쳐야 할 통관 절차이며, 힘들고 고된 스탭과정을 반드시 극복해야만 미용 기술자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지난 630일 발표된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시간급 9620원으로 이를 일 8시간 근무로 환산해 보면 76960원이다. 언뜻 보면 많지 않은 일당으로 보이지만, 미용업 사업주 입장에서는 고객의 샴푸도 제대로 못 하면서 임금만 지나치게 많이 책정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에 일선 미용업체에서는 근자 들어 스탭없이 디자이너만을 모집한다거나 나 홀로 샵으로의 전환사례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러한 미용산업의 구조 개편은 전체적인 미용시장 측면이나 기술 함양이 절실한 단계인 스탭 즉 초보 미용인들에게는 취업 제한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축소되는 악영향으로 작용하게 된다.

 

저임금 해소로 임금격차가 완화되고 소득분배 개선에 기여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생계를 근로자에게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사기를 올려주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최저임금제도 목적을 필자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하지만 현행과 같은 미용사회적 흐름이면 수년 내 미래의 새싹 미용인들은 설 자리를 상실하게 될 것이며, 미용학을 전공한 대학교 졸업생들은 임금수준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미용업체가 아닌 커피숍이나 편의점에서의 알바를 더욱 선호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최저임금제도의 본연 목적에 부합하면서도 미용 직종 상의 특성과 환경을 고려한 유동적이고 탄력적인 제도의 수정이 필요함은 물론 미용 근로자의 최저 임금을 현실적으로 보호해 줄 수 있는 절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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