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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대교육을 아십니까?시론조회수 4223
관리자 (chambit)2014.08.01 09:10

정아란 / 유아교육과 교수

 

“수수께끼를 알아 맞춰보세요. 부모의 이혼으로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 유복자로 태어난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창업자 빌게이츠, 사생아로 태어났지만 최고의 방송인이 된 오프라 윈프리, 개성 있는 영화배우 잭 니콜슨, 노벨 화학상 수상자 퀴리부인, 퇴계 이황의 손자 안도, 천재소년 송유근, 15살에 서울대 최연소 합격한 한혜민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 우리학교가 올해부터 ‘자조론’과 더불어 교양필수 교과목으로 개설하여 우리 학생들의 미래 비전을 지도하고 있는 ‘효와 인성’ 시간에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사생아, 갑부, 영재... 여러 답이 나왔지만 NO. 정답은 조손가정의 격대교육으로 양육되었다는 점. 


격대교육! 

격대교육(隔代敎育)이란 조부모가 손자녀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부모 대신 교육시키는 것을 말한다. 옛부터 손자녀들이 조부모 방에서 지내며 예의범절과 삶의 자세를 배우는 것이 전통이었다. 당시의 어머니는 거듭된 임신과 출산으로 사실상 양육이 힘들어 자연히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게 되었다. 

할머니는 일상생활습관 지도 뿐 아니라 어머니의 품을 떠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진 아이에게 빈 젖을 물리면서까지 손자들을 안정된 애착으로 양육해 왔었다. 특히 권선징악의 구연동화는 선악에 대한 올바른 판단력과 인격형성에 큰 비중이 있었다. 조부모는 한 세대를 건너뛰는 이른바 격대의 관계에 놓이는 까닭에 조급한 대응이 아닌 보다 절제된 감정으로 손자를 가르쳤다. 

안채의 여아는 집안일을 거들면서 자연스럽게 부모의 노고를 알게 되고, 남아 역시 조부를 비롯한 사랑채 남성들의 일상적 삶을 통해 군자(君子)로서,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기능적 훈련이 아니라 태도와 마음가짐 등과 같은 덕목위주의 교육을 받았다. ‘이렇게 해라’는 지시일변도의 교육이 아니라 어른을 거울삼아 배우고 동시에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다. 조부모의 격대교육이야말로 ‘효와 인성’의 총체적 현장체험교육이었다. 그랬던 격대교육이 현대에 와서 그 의미가 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핵가족화에 따른 자녀양육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조부모의 교육은 저만치 건너가게 되었고, 격대교육이라기보다는 조손가정이란 용어로 홀대받고 있다. 그저 부모가 함께 거주할 수 없게 된 가여운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손자녀를 맡아 키울 수밖에 없는 조손가정만 시각화하고 이슈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요즈음, ‘효와 인성’시간에 매우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학생들 가운데 의외로 조부모와 살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노인의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자신의 조부모 생각에 눈물을 흘렸고 어떤 효도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주말에 할머니 염색을 해드린다거나, 할아버지와 목욕을 하러가겠다는 등 조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심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 그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몰랐다며 효도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고 하였다. 상처받고 사는 조손가정이 아니라 격대교육으로 훌륭한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효와 인성’을 마치고 이들은 조부모께 인정받는 사람이 되겠다, 조부모의 보람이요 동네방네의 자랑이 그치지 않는 훌륭한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한다. 이러니 강의시간에 눈물 닦지 않을 사람이 그 누구겠는가? 크고 작은 감동에 수시로 벅차고 시간마다 도리어 내가 더 많이 배우고 반성하게 되어 강의실을 나올 때 자주 부끄러웠음을 고백한다. 아마도 우리 학생들은 방학 때도 열심히 효 실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얘들아! 그것 잊지 않았지? 효도는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self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