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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선택시론조회수 4971
관리자 (chambit)2014.03.18 10:34

백명ㆍ간호학과 교수 


독일의 한 실험실에서는 거미를 극도로 무서워하는 공포증 환자를 대상으로 반복되는 상담 치료를 진행하였습니다. 환자가 천천히 거미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 프로그램인데, 처음에는 거미 사진, 그다음은 고무로 만든 거미 인형, 그리고 마침내 진짜 거미를 쳐다보고, 얼마 뒤에는 만지는 일까지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상담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횟수가 다르며, 1회 치료에 자그마치 80~120유로(12~18만원)의 비용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거미를 무서워하는 공포증 환자에게 50유로(8만원)를 준다고 하니 눈 딱 감고 곧바로 거미를 쓰다듬었다고 합니다. 공포 즉, 두려움은 가상의 일을 현실처럼 받아들이는 착각으로 발생합니다. 따라서 공포증을 없애는 효율적인 치료법이 그 사람 내부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유익한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2013년 강박장애(Obsessive-complulsive disorder)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만 4000명으로 5년 전(2009년) 2만1000명보다 13.1%(3000명)이 늘어났다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20~30대의 젊은 층 환자가 전체의 45.2%를 차지하였는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의 스트레스가 주된 심리적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사실 불안은 우리가 생존하기 위한 안전장치이면서 근본적인 감정으로 매우 의미있는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과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미래에 발생할 것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생겨나며 두려움을 피하려는 강박감으로 인해 거세집니다. 불안은 욕구와 마찬가지로 억제하고 회피할수록 부풀려지고 거대한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제 아이가 5살 무렵에 있었던 일입니다. ‘무시무시한 꽥꽥이’라는 책을 읽은 후부터 밤이면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 힘들어 했습니다. 꽥꽥이는 책 속의 그림에 불과하다는 어른들의 설명은 아이의 두려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심지어 오리와 초록색만 보아도 질색을 하고 도망가곤 하였습니다. 책을 멀리 버리면 된다고 위로를 하니 무시무시한 그 친구는 다시 날아서 올 수 있으니 그것도 안된다고 했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봤지만 아이의 두려움은 커져만 갔습니다. 그러다 무시무시한 그 친구를 아이와 대화할 수 있도록 초대했습니다. 그리고는 한참을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고서는 훗날 아이가 커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했고, 그동안 그 친구는 잠들어 있겠노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 침대에서 가장 멀리 있는 서랍장에 그 책을 보관했습니다. 7~8년이 지나자 아이는 그 책을 생각해 냈고 다시 만난 꽥꽥이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해답을 찾기도 하였습니다.
불안의 첫 번째 해결책은 불안한 상태를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며, 그 상황을 피하지 말고 맞서는 것입니다. 불안을 없애려고 애쓰는 것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며, 불안을 나쁜 감정으로 규정하고 그런 감정을 갖는 것이 잘못된 일인 것처럼 치부하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니고 그런 느낌은 갖지 않는 것이 좋다며 빨리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불안의 두 번째 해결책이 공감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불안한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그 불안한 감정에 대해 표현하며 그것을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어떤 결과든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선택할 권리가 있을 뿐 변화시킬 권리는 없다'고 합니다. 일어나는 현상과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갖게 되면 선택의 기회가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으라 여기며 만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무엇도 규정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모든 것을 허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선택의 기로에 서야 합니다. 그것을 결정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소모하며 갈등하게 됩니다. 결정하기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이것은 내가 초래한 것이 아니며, 그 누군가의 힘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며 원망하기도 합니다. 결정할 수 없는 이유를 살펴보면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자신 때문임을 알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저 일어나는 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선택에 대한 답은 예측하지 못했던 다양한 결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것은 미리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손 내밀곤 합니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자전거 타기를 배운 경험을 떠올려 보더라도 실패로 보여지는 것들은 우리가 의도하는 목표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을 구체화시켜주고 또 다른 방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며 어떤 행동도 실행하지 않은 채 생각에만 빠져있다면 우리는 그 어떤 것도 성취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자! 이제 다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요?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 선택으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