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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와 한국 부모의 교육열시론조회수 5078
관리자 (chambit)2014.01.16 10:49

송명숙 / 유아교육과 교수


1. 김연아의 성공과 어머니의 교육열

올해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많은 국민들이 김연아 선수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월초에 열린 국내 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 대회에서 김연아 선수가 우승한 사진이 다음날 국내 일간지와 인터넷 포털 첫 페이지를 도배할 만큼 김연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뜨겁다. 4년 전에 열린 벤쿠버 동계올림픽은 한국인들에게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국민적 자부심을 드높인 최고의 경험이었으며, 그 절정은 독보적 기량으로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김연아 선수의 환상적인 피겨 경기였음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 산업본부가 산정한 바에 따르면, 벤쿠버 올림픽에서 획득한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은 국가의 브랜드 가치 상승에 상당 부분 기여하였으며 이 메달이 우리 경제에 미친 전체 파급효과가 5조 2350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선수로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며 국가의 브랜드 가치마저 상승시키는 김연아의 성공의 대해 분석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김연아 선수 어머니의 교육열과 자녀에 대한 헌신이다. ‘국가가 키운 아사다 마오 보다 엄마가 키운 김연아가 더 낫다’는 세간의 말처럼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인 지원을 받은 일본 선수에 비해 피겨스케이트에 대한 인프라가 전혀 구축되지 않은 불모지 한국에서 자식의 가능성을 믿고 자비로 해외전지훈련을 마다하지 않으며 모든 자원을 투자한 어머니의 헌신을 기반으로 김연아 선수는 성장하였다.

김연아 선수의 성공과 어머니의 교육열에 대한 관심은 외국에서도 이어져 미국 주요 일간지에서 한국 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열정과 헌신에 대해 김연아 선수 어머니와 박세리(미국 여자골프계를 평정한) 선수 아버지를 예로 들어 소개하기도 하였다. 교육열의 근원을 자녀를 사랑하고 자녀의 성취를 바라는 부모의 욕구로 보다면 이러한 교육열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욕구이다. 그러나 부모의 이러한 욕구는 사회문화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각 사회마다 다르게 분화되어 왔다. 따라서 한국 부모의 교육열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한국인의 가족의식이나 서양과는 다른 독특한 부모자녀관계, 출세의식 등의 문화적 요인이라고 볼 수 있겠다.


2. 한국 부모-자녀 관계의 특성과 교육열

개인주의 영향을 받은 서구의 가정은 부부의 수평적인 관계에 초점을 두는 부부가족으로 그 관계에서 탄생한 자녀는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관계와 효를 중시하는 한국의 가정은 부모-자녀 중심의 수직적인 관계에 초점을 두며 자녀의 미래가 부모 삶의 중심이 된다. 김연아의 어머니가 남편의 생일은 챙기지 못해도 딸의 피겨스케이트 수업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챙겼다는 인터뷰 내용이 소개된 적이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자녀교육을 아내(어머니)의 역할에서 가장 우선시 하는 많은 한국 가정에서 나타난다.

한국 부모-자녀의 의사소통방식은 언어적 표현보다는 마음으로 전달되는 以心傳心의 교류방식이다. 이러한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근거로는 한국의 부모-자녀가 강력한 결속이 이루어진 일심동체 관계임을 들 수 있다. 즉 한국 부모는 자녀를 자신의 분신으로 여겨 헌신을 하고, 자녀들은 이러한 부모의 희생에 측은함과 미안함, 고마움과 같은 감정을 지니게 되어 부모에게 순종하게 된다. 따라서 한국의 부모-자녀 관계는 서구의 독립적 관계와는 달리 부모의 자식에 대한 영향력이 크고 개인주의 문화보다 부모-자녀 관계가 더욱 친밀하고 결속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들은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지나면 어떤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삶의 태도를 인고(忍苦)심리로 칭할 수 있다. 이러한 심리는 부모-자녀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서양의 부모는 자녀교육의 핵심을 자녀를 독립시키는 것에 초점을 두어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할 때까지 자율성을 획득하여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한국의 부모는 자녀를 위해 헌신하고 지원하는 인고의 세월을 자녀가 성인이 된 뒤에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 다른 나라 부모들보다 더 많이 헌신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의 이러한 끝없는 헌신은 자녀들이 부모의 지원을 받으며 더 좋은 학력과 직장을 얻기 위한 재수, 해외연수, 취업을 미루고 고시에 매달리기 등의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3. 한국 부모의 교육열 활용

한국 부모들의 과잉된 교육열과 사교육비 등이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역기능적인 측면도 있지만,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은 토착적인 한국의 부모자녀관계 특성은 한국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절대적으로 헌신하게 하고 자녀의 성취에 의미 있는 심리적인 역동을 일으키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서양의 관점에서는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부모자녀 관계(독재적인 부모의 양육태도, 자아분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부모자녀 관계 등)가 한국 문화에서는 자녀에게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음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김연아의 성공과 어머니의 교육열을 언급한 서구 언론에서는 한국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대해 강박적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김연아의 최근 인터뷰 내용을 보면 사춘기 때는 어머니의 관여가 부담스럽고 싫었지만 성인이 되니 어머니를 이해하고 고마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주의와 질적으로 다른 관계주의의 가족가치가 생성해내는 이러한 긍정적인 결과에 대해 서구사회의 관심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한국 부모의 뜨거운 교육열을 부정적 시각으로 매도하거나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한국 교육과 국력의 자원으로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