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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시대, 이대로는 위험하다!조회수 1329
관리자 (chambit)2012.12.07 11:53

언제부터였을까? 한창 극장가에서 누와르 영화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도 영화 <친구>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이제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영화배우의 맛깔스러운 대사를 맹목적으로 따라 했었다.

<친구>의 선풍적인 인기에 질세라 다양한 누와르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금기시되었던 뒷골목의 이야기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 무리의 평론가들은 조심스럽게 영화 속에서 누출된 범죄와 폭력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당시에, ‘영화는 영화고 현실은 현실이지’라고 걱정도 사서 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의 목소리를 귀여겨듣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누와르 영화들은 누가 더 사실적으로 또 잔인하게 만드느냐를 경쟁하기 시작했고, 점차 사람들은 선을 넘는 폭력에 노출되는 것에 무뎌져 갔다. 그리고 이러한 가상의 폭력이 현실 속에서 묻어나기 시작했다. 

영화 속 혹은 게임 속 가상의 세계에서만 펼쳐질 것이라고 여겨졌던 일들이 실제 일상에서 펼쳐지기 시작했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 누와르 영화에서 나올 법한 일들이 그대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학교 폭력 양상이 심상치 않다. 소위 일진이라고 불리는 학생들이 같은 공간 안에 있는 학생들을 힘으로 제압하고 싶은 욕망을 학교 안에서 표출하고 있다. 그들의 눈 밖에 난 아이들을 따로 데리고 가서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가한다. 카카오톡의 그룹 방에 초대하여 다수 아이들이 무분별한 언어폭력을 가한다. 

그 뿐만 아니라 돈을 뺏거나 물건을 뺏는 일을 넘어서, 영화 속 장면을 그대로 모방한다. 마치 영화 속에서 잘못된 힘으로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따라 하고 싶어, 영화 속 장면들을 모방하는 것이다. 같은 반 친구를 산으로 데려가 땅에 묻어버리겠다는, 한 번만 더 덤비면 칼로 찔러 죽여버린다는 협박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하고 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폭력의 시대가 도래한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만 펼쳐질 것이라 여겨졌던 일들이 가상이 아닌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게임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 안에서 재현되고 있다. 

게임 좀 그만하고 공부하라며 재촉하는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엄마를 칼로 찔러 살해한 중학생의 이야기가 한참 화두에 오른 적이 있다. 이 중학생은 재판 과정에서 ‘그저 한 번 칼을 휘둘렀을 뿐인데, 그렇게 엄마가 돌아가실지 몰랐다’고 이야기했다. 평소에 즐겨 하던 ‘서든 어택’게임에 사로잡혀 있었던 중학생은 게임의 가상 세계와 현실을 혼동하고 있었다.

게임을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처럼 엄마도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믿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는 대중매체를 통해 너무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폭력적인 장면들이 현실 속의 대중들을 무디게 만들어 버렸음을 시사하는 사건이다.

바야흐로 폭력의 시대이다. 가상의 폭력이 현실의 폭력과 뒤섞여서 우리를 폭력 속에서 살도록 내몰고 있다. 이러한 폭력은 육체적 폭력을 넘어 정신적 폭력까지 이어지고, 개인의 폭력에서 집단의 폭력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폭력의 시대, 이대로는 정말 위험하다. 물론 영화 속의 장면이, 게임 속의 장면이 폭력의 시대를 불러일으켰다고 보는 것은 과대망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삶 속에서 당연한 것으로, 또 익숙한 것으로 받아들여 버리는 폭력의 양상들이 우리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우리 문화의 당연한 것으로 체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현상이다. 아무리 끔찍한 장면도, 잔인한 이야기도 자주 노출되다보면 익숙한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폭력의 시대에 익숙해져 버렸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이러한 폭력의 시대를 이겨내기 위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가상의 폭력이 현실로 옮겨지는 것이, 정말로 위험한 것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즉, 인식하지 못했던 폭력의 위험성을 똑똑히 인식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현시대를 바라보는 분명한 인식에는 ‘인간 존엄성’이 바탕에 깔려야 한다. 

어쩌면 대중들은 영화 속에서 게임 속에서 너무나도 쉽게 죽이고 죽는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그러한 모습들이 멋지다고 착각할 수 있다. 또 이러한 착각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나도 모르게 과소평가해 왔을 수도 있다. 이러한 과소평가는 앞으로 더 큰 폭력이 몰려올 지금, 우리들의 경각심을 무너뜨릴 수 있다. 따라서 폭력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지금 이 시점을, 이 시기의 위험성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더불어 봇물 터지듯 밀려 들어오는 폭력과 범죄로 가득한 대중 매체를 무조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가상 세계와 현실을 분명하게 분별 하는 힘이 필요한 때이다. 폭력의 시대, 이대로는 정말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