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연/사회복지학과 교수

10대 청소년 3명이 부산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월 30일 오후 10시 반경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있는 한 5층 상가 옥상에서 정모 양(16. 중학교중퇴)과 윤모 양(17. 고3), 김모 양(19. 재수생) 등 10대 3명이 피를 흘리며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경 이 상가 뒤편의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술을 마시다 경비원에게 발견돼 내려갔으나 오후 7시경 다시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옥상에서는 이들이 나눠 마신 소주병 3개가 있었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정 양은 부산에 살고 있었으며 윤 양과 김 양은 집이 각각 대전과 광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양은 10월 27일 대전 집을 나온 뒤 연락이 끊겨 가출신고가 된 상태다. (2012. 11. 1.동아일보) 

연일 보도되는 10대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자살소식이 우리를 우울하고 슬프게 만든다. 2010년 통계청 조사결과에 의하면 15~19세 청소년의 사망원인 중 1위는 자살로 보고되고 있으며 국내 청소년 사망자 중 자살의 비율이 2000년 약 14%에서 2010년 약 28%로 2배가량 증가했고 현재도 계속 증가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우리나라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4년 연속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11년 보고에 의하면 청소년들의 자살 원인은 ‘가정불화’가 36.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염세비관 22.0%, 성적비관 10.7%, 신체결함, 이성 관계, 학교폭력의 순으로 조사됐다. 청소년 자살원인의 가장 큰 원인에 가정이 있는 것이다. 문제가정에서 문제청소년이 자라고 있다. 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요즘 청소년들이 이런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가정에서의 부모와의 소통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청소년은 자살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청소년들의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가깝고도 손쉬운 방법을 가정에서 찾아야 한다. 가정불화, 48%에 가까운 이혼율, 부부폭력, 자녀폭력 등 더는 먼 이야기가 아니게 된 우리나라이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어버리고, 이대로 가다가는 양아치 국가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시대가 변화하고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삶의 가치관이나 욕구 등이 달라지면서 인간관계에서는 끊임없이 갈등이 생겨난다. 특히 부모 자녀 관계는 다른 어떤 관계보다 밀접하기 때문에 훨씬 더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부모 자녀 갈등의 원인은 가족구조의 변화, 경제적 빈곤, 평등사상의 강조로 인한 부모의 권위 약화, 세대차이, 부족한 의사소통을 들 수 있다. 부모 자녀 간의 충분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여 갈등이 발생한다. 의사소통은 가족들의 상호작용을 촉진시키고 가족 내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들끼리 서로 생각, 느낌 따위의 정보를 주고받는 일로 말이나 글, 그 밖의 소리, 표정, 몸짓 따위로 이루어진다. 즉 ‘의사소통’, ‘의사 전달’로 해석하여 사용된다.

청소년기는 신체적, 인지적, 정신적, 도덕적, 사회적 측면에서 아동에서 성인으로 변화하는 시기이며 생존의 의미와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시켜가는 시기이다. 또한 자의식이 발달하면서 부모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며 가족관계에서 분리를 시도하는 시기로 가족과 많은 갈등을 경험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다스키와 해리스(Wodarski and Harris, 1987)는 청소년 시기는 성(性)적 성숙과 더불어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욕구가 발생하는 시기로 자아에 대한 새로운 의식을 경험하고 가치관을 재확립하며 자율성을 발달시키고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계획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와 갈등을 경험하게 되는데 청소년기의 자살은 이러한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해결책이라고 설명하였다. 청소년기 부모와 자녀는 서로에 대한 기대와 가치, 책임과 역할을 새롭게 이해하기 위해 의사소통이 더욱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고 이해와 신뢰를 가져오지만, 부모 자녀 간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는 서로 간의 갈등을 더 심화시키고 새로운 문제를 생성시키기도 한다. 

부모 자녀 간의 올바른 의사소통은 자녀의 성숙한 자아정체감과 자아존중감 형성에 영향을 준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효를 중시하는 유교적 교육관에서 나타나는 부모 자녀 간의 수직적인 관계의식으로 부모는 자녀에게 지시하고 자녀는 이를 따르는 상하관계의 개념이 존재하면서 의사소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고든(Gordon)은 부모의 전형적인 대화 방법으로 12가지를 들고 있다. 

명령ㆍ강요하기, 경고ㆍ위협하기, 훈계ㆍ설교하기, 충고ㆍ해결방법 제시하기, 논리적인 설득ㆍ논쟁하기, 비난ㆍ비평하기, 욕설ㆍ조롱하기, 분석ㆍ진단하기, 동정ㆍ위로하기, 캐묻기ㆍ심문하기, 화제 바꾸기ㆍ빈정거림, 후퇴하기 등이다. 이런 대화 방법은 자녀에게 죄의식이나 열등감, 분노, 소외감 등 부정적 감정을 갖게 하여 자아존중감 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부모 자녀 간의 정서적 결속력은 떨어지고 갈등이 증폭되어 청소년의 비행을 유발하거나 자살 충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의 원인을 상대방에 두지 않고 말을 하는 사람의 감정이나 걱정에 초점을 맞춰 전달하는 Gordon의 나 전달법, 상대방을 인정하는 말과 감사의 말 사이에 교정의 말을 넣어 전달하는 버츄프로젝트의 인교감기법, 상대의 패러다임에서 이야기를 경청하는 공감적 경청기술 등을 사용하여 소통하면 서로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되고 서로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자각하게 되며 자녀의 자아존중감은 점점 높아지게 된다.

부모 자녀 간의 올바른 의사소통은 어느 한 쪽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부모 자녀 모두가 올바른 의사소통을 위하여 올바른 대화법, 상호소통방법, 부모의 심리 등을 익혀야 한다. 

부모와 자녀가 상대방의 처지에서 서로 존중하고 진심으로 이해하고 긍정적 언어사용으로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의사소통방법을 익혀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와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돼야 할 것이다. 가정이 건강해지면 우리의 자녀가 건강해지고 나라가 건강해진다. 우리의 자녀에게 건강한 인생관, 건강한 행복관을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 자녀를 이해하려는 부모의 사랑과 부모를 이해하려는 자녀의 노력이 함께했을 때 건강한 가정이 만들어지며 그 건강한 가정에서 건강한 청소년이 자란다.

관용은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와 똑같이 생각하고 말하고 멋 내고 행동할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편견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이 저마다 고유한 감정과 요구, 희망과 꿈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합니다. 관용은 또한 자신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이 일어나도 그를 인내심과 유연성의 미덕을 통해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한국버츄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