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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도서관장 이영일 교수 광주매일기고조회수 3113
박지호2017.03.0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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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마음

 

송원대학교 중앙도서관장 이영일 교수

꽃샘추위가 아직 남아 있지만 갓난아기의 이빨 나듯 새싹이 파릇파릇 움트고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우수가 지났다. 이때가 되면 추운 겨울이 가고 대지에는 봄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그러나 요즘 날씨는 이상하다. 계절상으론 분명 봄인데 피부에 느껴지는 것은 한겨울의 냉기다. 마치 봄과 겨울이 한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 듯하다. 겨우 내내 추위로 사람들을 그토록 괴롭히고도 아직 미련이 남아서 일까? 알파고가 제4차 산업혁명의 대변혁을 예고하는데 정치만 안개속이다.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라는 이 말 만큼 국민에 널리 오르내리게 된 분노의 외침은 없다. 나와 국민과의 공감이 없다면 할 수 없는 말이다.

 

절기상으로는 겨울 다음에 봄이 와야 하지만 정치의 봄은 언제쯤 올려나? 춥고 황량한 겨울을 몰아내고 봄기운을 전할 채비는 하여야 한다. 아직은 소한 대한에 머물고 있는 동토 정국이나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호흡은 가빠도 기어이 와야 한다. 부패한 정치, 침체된 경제, 불안한 사회, 전도된 가치관 속에 살면서 어디에 몸을 기대야 할지 모르는 형편이다. “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고/ 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손에 손을 쥐고/ 볼에 볼을 문지르고/ 의지한 채 체온을 길이 간직하고픈 것은/ 꽃피는 봄을 기다리는 탓이리라.// 산은/ 산대로 첩첩 쌓이고// 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 나무는 나무끼리/ 짐승은 짐승끼리/ 우리도 우리끼리/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신석정의 시를 음미하면서 미래에 대한 삶의 의지를 되살려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살다보면 누구나 어렵고 힘든 때가 있다. 내가 지금 숨을 쉬는지 숨이 멎었는지 알 수 없고 길을 걸어도 내가 걷는지 떠 있는지조차 모를 때가 있다. 내가 나를 토닥거리고 네가 나를 토닥거려 주면 마음이 풀린다. 그 토닥거림에 숨이 쉬어지고, 제대로 걸을 수 있게 되고, 입가에는 다시 미소가 번진다. 모든 물질은 저마다 고유의 파동이 있고 사람도 저마다 다른 특유의 파동이 있다. 나타나면 갑자기 방안이 싸늘해지는 사람도 있고, 온 방안이 훈훈해지는 사람도 있다. 한 사람이 내는 작은 기쁨의 파동이 세상을 기쁘게 하기도 한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늘 행복하게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다른 사람을 나쁘게 말하는 법이 없으며 많이 웃고 항상 즐기며 무슨 일이든 결국엔 잘 되리라고 생각한다. 행복의 수준은 일상의 사소한 불안 요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결정되며, 좋은 점을 찾아 그것을 발판으로 삼으면 행복은 어느새 당신 곁으로 다가와 미소 지을 것이다. “살다보니/ 어느 날은 흐리고/ 어느 날은 맑게 개었다./ 우울한 날에는 가랑비에 기대었고/ 슬픈 날에는 가로등에 기대었고/ 기쁜 날에는 하늘에 기대었고/ 부픈 날에는 별에 기대었고/ 사랑할 땐 꽃에 기대었고/ 이별할 땐 달에 기대었다./ 흐리면 흐린 대로/ 개면 갠 대로/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어/ 살아간 것은/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자작시를 통해서 마음의 위로를 삼는다. 삶의 바람은 내 안에서도 불고 바깥에서도 분다. 적막까지도 깨우는 바람은 힘이 세다. 바람이 불 때마다 더 살아보고 싶은 시간이 이월의 마지막 주다. 바람이 돼도 아주 힘센 바람이 되어서 꽃처럼 피우는 나라 하나 세웠으면 좋겠다. “저 어둠 밀어내고/ 내 마음 닿는 그곳에/ 별 하나 뜨게 해주오// 별빛 안고/ 길 나설 것이니// 저 찬 바람 밀어내고/ 내 마음 닿는 그곳에/ 꽃 한 송이 피게 해주오// 꽃빛 품고/ 세상에 서리니”라고 홍광일 시인은 노래한다. 봄을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은 얼어붙은 언덕위의 마른가지 사이로 훈풍을 몰고 올 봄을 조심스레 마중 하고 있다. 따사로운 햇살은 봄을 재촉하고 꽁꽁 얼었던 언덕은 눈물처럼 스르르 힘없이 흘러내려 봄내음이 가득한 세상에서 봄나물을 캐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