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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공학과 박현구 교수 광주일보 기고조회수 3854
박지호2016.06.2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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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려면

 

박현구 송원대 건축공학과 교수

 

 

언제부터인가 소음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면 소음은 항상 우리 곁에 있었으나 우리의 귀가 듣게 되었고, 우리의 마음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해 가끔 들려오는 이웃 간 갈등은 한없이 민감해진 우리의 마음을 보여 준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인터넷에 올려진 댓글을 보면 사람들이 말하는 대부분의 내용은 기술적인 부분이다. 건축기술이 이토록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는지, 건설회사들은 양심적으로 건물을 짓고 있는지 등 공학적인 측면에서의 해결방안에 대해 꼬집고 있다. 사람들의 반응들은 분명 잘못된 것은 아니다. 건축 관계자들이 아프게 듣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채찍질과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기술 외적인 부분에 대하여 생각해보곤 한다. 방송 광고 중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다’하는 말처럼 ‘소음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누군가 위층에서 사랑스런 손자, 손녀들이 뛰어 노는데 아래층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시끄럽다고 할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반대로 아래층에 사랑하는 사람이 쉬고 있을 때 배려하지 않고 시끄럽게 떠들며 휴식을 방해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아마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또 다른 예로 공사장 소음은 매우 시끄러운 소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렇게 백해무익할 것 같은 소음도 제 아무리 시끄러운들 건축주에게만은 소음으로 들리지 않는다. 소음이란 ‘객관적인 정의’가 아니고 ‘주관적인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층간소음 중 대부분의 문제는 아이들이 뛰거나 달릴 때 발생하는 소음인 중량충격음 때문에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중량충격음은 장판과 같은 바닥마감재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기술이며, 슬래브를 두껍게 하거나, 그 위에 놓이는 완충재의 성능을 높이는 것, 그리고 슬래브 아래에 위치하는 천장공간의 흡음력을 높이는 방법 등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이들 기술을 통해 3㏈(데시벨)을 줄이려고 한다면 큰 비용이 들게 된다. 소음을 3㏈ 줄인다는 것은 에너지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며, 기술적으로는 바닥충격음 저감 성능을 1등급만큼 향상시킨다는 의미이다. 주변 사람을 생각하는 조그마한 배려의 마음이 3데시벨을 줄이기 위해 드는 고도의 기술과 비용을 대체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그간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건축기술 향상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표준바닥구조의 제정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기준을 높이 만들어 놓으면 오히려 높아진 기준에 맞추어 사람들의 욕구도 상승하게 된다. 결국 사람들의 욕구 상승이 기술 발전 추이를 능가하게 된다. 이와 같이 기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더 커지게 됨에 따라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를 운영하여 해결의 단서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보다 마음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말하고 싶다. 우리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면 소음이야말로 분쟁이 대상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부산시에서 ‘공동주택 층간소음 예방에 관한 조례’를 발의했고 시행예정에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교육, 홍보를 비롯하여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기존 공학적인 일변도에서 벗어나 인문학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이야말로 바로 사람들의 마음을 살펴보고, 그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며 배울 수 있는 하나의 길이라 생각한다.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소음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고, 똑같은 마음이 들리는 소리에 민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그 마음이 좋은 이웃을 만들게 된다. 좋은 이웃에게 층간소음은 더 이상 소음이 아니라 단순히 옆집에서 들리는 소리일 뿐이다.

 

가을날의 보슬비 소리가 지쳐 있는 어떤 이에게는 평안함을 가져다주지만, 어떤 슬픈 이에게는 더욱 애달픈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그렇다고 비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 고장 광주는 정이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이웃간 좋은 정이 많이 쌓이면 그 보다 더 좋은 삶의 터전이 어디 있을까? 소음이 이웃 사이를 멀게 하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잘 다스린다면 이웃과 정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지자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공동주택 입주민들은 자발적이고도 합리적으로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제도 마련과 더불어 서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광주일보 기사보기 :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46600280057962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