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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청춘톡톡 기고 - 사회복지학과 정혜욱조회수 3577
박지호2015.08.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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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리다'와 '다르다'의 차이

 

정혜욱 송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3학년

 

고등학교 시절, 학교 가기 힘든 새벽에 스쿨버스를 기다리며 외워지지 않는 단어장을 들고 항상 똑같은 곳에 서 있었다. 언제부턴가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나처럼 서 있는 외국인이 있음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호기심이 발동했다. 따분하기도 했지만 항상 그 시간에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 있는 것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긴 것인지 알 수 없다. 엉겁결에 “Good morning!”하고 인사를 먼저 건넸다. 당돌하게 던진 짧은 인사였지만 소중한 인연이 시작되었다. 지금도 그때 그 한마디가 정말로 고맙고 반가웠다고 내 원어민 선생님이자 친구는 말한다.

 

그날 난 첫 외국인 친구를 만나 사귀게 되었다. 그녀는 고등학교 원어민 교사였다. 캐나다에서 온 조금은 나이가 든 선생님이었다. 한국에서 강의 경력이 꽤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맞춰 줄줄 아는 선생님이었다. 그 분은 나의 멘토이자 친구가 되었다. 짧은 영어 실력에도 내 눈빛만 보고 뭔가 마음을 읽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 덕분에 영어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가 부쩍 늘었다. 그리고 다른 외국인을 만나도 거부감이나 공포감 없이 대할 수 있는 자신감도 얻었다. 그래서 영어캠프에도 즐겁게 참가했다. 그렇게 ‘sadey’가 내 영어 이름이 되었다.

 

그렇다보니 영어만큼은 즐겁고 행복하게 공부했다. 회화는 실전으로 선생님과 함께 말하며 배웠다. 매일 아침에 만나기도 하고, 메신저에서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시간을 내서 수다를 떨며 말문을 열어갔다. 선생님과의 만남은 단지 영어 공부에 그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다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영어권이 아니더라도 다른 피부색이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호기심’이 먼저 생겼다. 더 다양한 사람들을 알고 싶고,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결국엔 진로도 자연스럽게 사회복지학을 선택하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나는 화순에 살고 있다. 화순에는 다문화 가정이 많다. 베트남, 필리핀, 일본, 태국 등 국적도 다양하다. 예전에는 엄두도 못낼 일들을 최근엔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고 있다. 얼마 전 화순에서 열린 다문화 페스티벌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해 전통문화체험 진행요원을 맡기도 했다. 처음 참가하는 행사라서 긴장하기도 했지만 너무 신나는 경험이었다. 다양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과의 만남은 기쁨을 넘어서 행복을 안겨주었다. 화순의 여러 아동센터를 가보면 다문화가정의 아이는 꼭 한 두 명씩 있다. 어느 아동센터의 한 아이는 특히 잘 따랐다. 자기 어머니에게 나를 소개시켜줄 때 ‘잘해준 선생님’이라고 말해줘 가슴이 뭉클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자원봉사라는 게 실은 별게 아니다. 그저 함께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며 들어주고 말해준 것 뿐인데 말이다. 기억에 남는 가족도 있다. 고등학교 때 알게 된 태국가정이다. 결혼식에서 솜씨는 별로지만 내가 직접 축가를 불러준 준 인연으로 고등학교 시절 내내 가족처럼 지내게 되었다. 서로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는데 이제는 능숙하게 우리말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작은 만남이지만 그 만남이 남겨준 소중한 기억들을 생각하면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이런 만남을 이어가기를’ 하는 바람이 크다. 일상에서 우리는 무심코 ‘다른’ 걸 ‘틀린’ 거라고 말한다. ‘틀리다’는 잘못됐다는 뜻이기에 ‘다르다’와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가끔 외국인, 특히 동양계 외국인들을 보며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틀린’ 사람이라는 시각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차가운 시선으로 피한다. 이는 우리의 현실과도 매우 동떨어진 시선이다. 우리나라에서 출생하는 아이들 중 4%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다. 현재 다문화 가정 출신의 학생만 해도 6만 명이 넘었다. 이제는 우리와 조금 ‘다른’ 그들의 낯설음에 한국의 ‘정’의 문화를 알게 하고 ‘김치’를 함께 먹는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라 생각한다.

 

여전히 나는 다문화 가정이 좋고 그들과 잘 어울려 산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나라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는 게 너무도 행복하다. 생각만 조금 바꾸면 세상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다른 분들도 꼭 체험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제는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로 우리의 시선을 바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