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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 전형의 내실화 - 총장님 한국대학신문 기고문조회수 3888
박지호2013.06.2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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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학년도 대학들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할 학생 수는 49,188명으로 이는 2008년 4555명에 비해 대폭 늘어난 규모이다. 수험생들의 잠재력, 창의력, 전공분야에 대한 열정, 학교생활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입학을 결정하는 입학사정관 전형제도는 대학으로서도 단순한 점수에 의해 당락을 결정하는 전형에 비해 많은 시간과 경비, 그리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입학사정관 전형을 확대하는 것은 그 동안 선발한 학생들의 대학생활 결과를 보고 긍정적인 반응을 한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하는 학생의 수가 단기간에 늘어나는 만큼 이에 따른 우려와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이 다양한 스펙 쌓기에 유리한 부유층에 좋은 제도, 내신등급제의 불리함을 커버하여 특목고 학생들을 모집하는데 이용되는 제도, 자기소개서 대필 등 사교육 업체의 고액 컨설팅,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부족 문제 등 여러 문제점들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은 대학들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입학사정관 전형의 양적확대보다는 내실화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할 때라고 본다. 제기되는 문제들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고 일부 대학들이 우수학생 모집이라는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모처럼 주어진 입학전형에서의 자율성을 남용한다면 제도 자체의 존립이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

 

1950년대 이래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대학입시제도의 화두는 객관성과 공정성이였으며 이로 인해 시험 점수 소수점까지도 따져 입학여부를 결정했다. 이러한 입시제도는 학생이 어떤 환경에서 그런 성적을 얻었는지, 대학에서 배우려는 전공분야에 어떤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학생들이 과거 어떤 활동을 했는지, 어떤 소질과 적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정보를 대학에 많이 제공해 주지 못했다. 세계적인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은 첫 대학입시에서 불합격을 하고 두 번째 입시에서도 전체 성적은 나빴으나 수학성적이 뛰어나 대학에서 입학을 허가해 줬다. 이에 따라 그는 대학에서 자기의 재능을 살릴 수 있었고 인류에 큰 공헌을 했다. 그가 만약 점수위주의 우리나라 대학입시에 응시하였다면 낙방했을 것이란 우스개도 있다. 정부가 입학사정관 제도를 대학에 권장 할 때에는 점수 위주의 대학입시에서 파생하는 지나친 사교육비 지출 경쟁을 막고, 21세기 지식 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창의성과 잠재력을 평가하며, 특정 분야에 소질이나 재능,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대학의 모집단위 특성에 맞추어 선발하도록 재량을 부여한 제도였다. 이는 불리한 사회, 경제적 위치의 학생에게 사회적 계층이동까지도 고려할 수 있도록 한 취지였다. 이제 입학사정관제도의 시행으로 우리나라 대학들도 학생들에 대한 보다 타당한 정보를 가지고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입학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가지게 되었다.

 

입학사정관 전형이 가진 원래의 취지를 살리고 자율성을 계속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제도운영을 통하여 사회적 신뢰감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학들은 입학사정관들의 전문성을 계속 높여야 하고 이들이 전국 고교의 교육과정 운영상의 특색과 수험생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축적해 나가야 하며, 대리 소개서나 허위자료 제출에 대하여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입학 결정에는 크로스 체크, 다단계 전형을 하여 제도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입학사정관 전형은 사회의 계층이동을 원활히 하는 제도로서 기능하여 대학 구성원의 다양성을 도모하도록 유념해야 한다. 미국 일부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부모들의 연간 소득액, 학력 등 사회·경제적 환경 측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학생들에게 가점을 주는 경우도 참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선발 후 이런 여러 측면에서 결과분석을 하고 다음 전형에 피드백하여 질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고등학교에서는 자기들의 교육과정 운영상의 특성을 대학에 알리려는 노력도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 단위로 교육청이 나서서 자기 지역의 교육특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고교에서 대학에 제공하는 자료는 사실에 근거하여 정직하게 제공하여야 한다. 이렇게 대학과 고교가 연계하여 입학사정관 전형의 장점을 살려나간다면 입학사정관 전형이 흙속의 보물을 찾는 인재 선발 제도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