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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놀이의조화_총장님광주일보오피니언기고조회수 5638
박지호2013.07.0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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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놀이의 조화

인간을 본질을 정의하는 말 중에는 생각하는 인간으로서의 ‘호모 사피엔스’와 놀이하는 인간으로서의 ‘호모 루덴스’가 있다. 놀이하는 인간으로서의 ‘호모 루덴스’는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인간은 원래 어떤 다른 생물보다 놀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모든 문화는 놀이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여러 가지 규칙을 정해 놓고 경기를 하는 체육경기에서부터 시작하여 노래, 춤, 연극, 의식, 민속, 심지어 전쟁의 규칙까지도 놀이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놀이 방법은 정말 많고, 놀이는 즐거우며 남과 친숙한 분위기에서 어울려 일체가 되는 경험을 부여한다. 유명한 극작가인 프리드리히 실러는 ‘사람은 가장 인간다울 때 놀고, 사람은 놀 때 가장 인간답다’고 했다.

우리 청소년들은 학교를 마치고 나면 보충수업이나 자율 학습에 얽매여 밤늦게까지 학교나 학원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장기에 있는 인간으로서 놀이 욕구가 가장 강할 때,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데 공부만 하라고 압박을 받고 있다. 학교를 마치고 나면 보충수업이나 자율 학습에 얽매여 밤늦게까지 학교나 학원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원에 가지 않고 혼자 있으면 놀아줄 친구도 없다. 친구들은 대부분 학원에 가고 없기 때문이다. 1950-60년 대 도시화가 덜 되었을 때 학원도 별로 없었고 심야 학습도 없어서 청소년들은 가사 노동을 돕거나, 일이 없을 때는 친구들과 모여 재미있는 놀이도 하고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즐겁게 놀았다. 이 과정에서 실생활의 어려움도 터득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상대방의 감정이나 기분 등을 파악하는 능력도 키우고, 자연을 대상으로 다양한 생명체의 본질을 파악하기도 했다. 또 자연 속에서 생명체의 한구성원으로서 생명의 희열을 느끼기도 하였다. 즉 놀이의 여유를 가짐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파악하기도 하고 인간관계와 창의성, 자연에 대한 탐구심 등 많은 잠재적인 능력이 발달하였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건강한 감정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 아이들은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주로 공부만 하니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놀이 욕구를 발산시키지 못하여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 같다. 이는 학교폭력이나 가출, 자살 등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혼자서 몰래 할 수 있는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기도 한다.

OECD 국가들의 학력 테스트에서 우리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나 이는 많은 공부시간을 투입하여 이룩한 결과로서 훨씬 적은 시간을 투입하고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핀란드나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공부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놀지 못하고 공부만 하는 아이는 바보가 된다.’는 말을 상기하고 싶다. 잘 놀 수 있게 하고 잘 공부할 수 있게 하는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차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처칠 수상은 자신의 청소년기를 회상하면서 자기 적성에 맞지 않았던 공부를 강요했던 학교생활에 대해 아주 안 좋은 감정을 피력했다. 그는 공부하지 않는다고 교장으로부터 혹독한 매질을 당한 후 교장의 모자를 지근지근 밟고 다니다가 또 다시 처벌받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의 적성에 맞는 육사 입학 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후에 노벨 문학상까지 받았다.

우리의 학교는 진취적이고 모험을 좋아하는 학생들을 잘 교육시킬 학교들이 있는가? 지덕체를 고루 발달시킬 균형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들이 많이 있는가? 혹시 타고 난 기상을 꺾어버리고 문약한 점수기계로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물어보고 싶다. 루소는 자연이 인간을 치유하는 최고의 수단임을 설파했다. 우리 학생들을 자연에서 심신을 연마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고 공부를 시키자. 이렇게 하면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아 각종 이상행동들의 행태는 감소할 것이다. 청소년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어버리려는 일부 기성세대들의 욕심을 재고해야 한다. 이제 학생들을 하루 종일 학교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시스템으로는 여러 교육적 부작용을 치유하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학생들의 놀이 욕구와 여가 욕구 등 인간적인 욕구도 존중하여 생명체로서의 희열을 느끼게 하면서 진정한 공부의 즐거움을 알도록 해야 한다.